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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엔지니어링

공장에 SAP,MES 다 있는데 AI가 안되는 이유

"우리 데이터 다 있어요"

제조업에서 AI 도입 얘기가 나오면 보통 이런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SAP도 있고, MES도 있고, 설비 데이터도 있는데요? 그냥 AI한테 넣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시스템은 다 있어요. 데이터도 어딘가에 쌓이고 있고요.
그러니까 AI만 붙이면 뭔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SAP CO를 파고, 생산 현장 데이터를 직접 다뤄보고 나서야 그 생각이 왜 착각인지 알게 됐습니다.


시스템은 있는데, 연결이 없다

AI가 의미 있는 분석을 하려면 데이터가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전 공정이 데이터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해요.

구매에서 생산으로, 생산에서 원가로, 원가에서 수익성으로. 이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이어져야 합니다.

 

근데 그게 실제로 되어 있는 제조업체가 얼마나 될까요? 제 경험상 90% 이상은 어딘가 끊겨 있습니다.

SAP에서 나온 데이터는 SAP 안에만 있고, 현장 설비 데이터는 현장에만 있고, MES는 MES대로 따로 놀아요.

시스템은 다 있는데 서로 연결이 안 된 채로요.

 

그럼 AI한테 뭘 줄 수 있을까요? 연결이 끊긴 데이터 조각들을요?

그게 제조업 AI가 생각보다 안 되는 진짜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 연결의 중심에는 항상 원가가 있었어요.


원가는 공장에서 일어난 모든 활동의 합산이다

《도요타의 원가》를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어요.

"가격은 시장이 결정한다. 이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원가를 관리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인데요.

결국 원가 관리는 결과를 보는 게 아니라, 현장의 모든 활동이 원가에 정확히 반영되도록 만드는 과정이라는 거예요.

 

그 관점에서 보면 "원가가 틀렸다"는 표현도 사실 정확하지 않아요. 원가의 정확도가 낮다는 게 맞습니다.

구매한 자재, 설비 가동 시간, 인건비 배분.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 숫자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원가는 거짓말을 안 해요. 

원가 정확도가 낮다는 건 결국 어딘가 데이터 흐름이 끊겨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럼 어디서 끊기는 걸까요? 파고들어 보면 크게 두 곳입니다.


원가 정확도를 낮추는 두 곳

첫 번째는 마스터데이터입니다.

BOM(Bill of Materials, 자재명세서), 작업장 마스터, 원가요소 맵핑. 이건 현장을 아는 사람이 직접 설계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저는 SAP CO 쪽에서 이 구조가 어떻게 원가로 연결되는지를 파고 있어요. 코스트센터에 비용이 제대로 쌓이는지, 전표 흐름이 설계대로 돌아가는지, 작업장 단가 계산 구조가 맞는지.

 

두 번째는 생산 실적 데이터입니다.

작업 시간과 생산 수량을 사람이 입력하면 오차가 생깁니다.

입력을 까먹거나, 어림잡아 넣거나, 아예 안 넣는 경우가 현실에서는 너무 많아요.

그래서 저는 센서로 이걸 자동 수집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라인에 포트 센서를 달면 물건이 지나갈 때마다 수량이 자동으로 카운팅됩니다.

그리고 일정 시간 동안 물건이 안 지나오면 설비가 멈춘 거고, 계속 지나오면 가동 중인 거예요.

가동 시간이 곧 그 작업장의 실제 운영 시간입니다. 사람이 "오늘 8시간 돌렸어요" 라고 입력하는 게 아니라,

센서가 실제로 돌아간 시간을 잡아내는 거죠.

 

이 두 곳이 잡히면 어떻게 될까요?


이 두 개가 맞물리면 원가가 살아난다

SAP 전표 (코스트센터 비용 정확하게 쌓임)
        +
센서 실적 (작업 시간 · 수량 자동 수집)
        ↓
작업장 단가 신뢰성 ↑
        ↓
제품 원가 신뢰성 ↑
        ↓
"이번 달 원가 왜 올랐지?" 를 추적할 수 있는 구조
        ↓
AI 분석이 드디어 의미있어짐

원가가 왜 올랐는지 모르는 건 보통 데이터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어디서 끊겼는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 끊긴 곳을 찾아서 연결하는 게 먼저입니다.
그게 되고 나서야 AI는 비로소 도구가 됩니다. 이상한 패턴을 찾아내고, 원인을 좁혀주는 도구로요.


그래서 나는 END - TO - END 를 한다

저는 AI 전문가가 아닙니다. SAP 전문가도, IoT 전문가도 아닙니다.

근데 이걸 연결하는 사람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SAP 전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고, 센서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는지 알고,

그 두 개가 합쳐져서 어떤 원가 구조를 만드는지 아는 사람.

 

전 공정이 데이터로 연결되지 않으면 AI는 그냥 비싼 장난감입니다.

데이터가 흐르는 구조를 먼저 만드는 것 .  그게 제가 end-to-end를 하는 이유입니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이 각각의 조각들을 하나씩 풀어볼 예정입니다. SAP 전표 흐름부터 시작해서, 센서 수집 구조, 그리고 원가 데이터 위에서 AI를 어떻게 쓰는지까지요.